• smkwon0106

S.3 #009 타투이스트 투지(TUZEE)를 만나다



#.


투지(TUZEE)님을 찾아간 건 정말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깨달음을 상징하는 만다라(mandala), 그 상징을 몸에 새겨주는 타투이스트. 투지님은 어떤 마음으로 타투를 새길까? 그가 생각하는 깨달음은 무엇일까? 그가 새겨준 만다라는 누군가의 삶 속에서 깨달음이 될 수 있을까? 조금은 뜬금없게 들릴 수 있는, 그럼에도 참 궁금했던, 그런 질문들을 가득 들고 망원동을 찾았다.


홍대, 망원동에서 만다라와 지오메트리 타투를 하는, 타투이스트 투지님을 만났다.



#. 지경은-TUZEE


지경은님의 예명이 투지(TUZEE)예요.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 제가 외국에서 오래 활동했어요. 거기서 다른 이름을 쓰는 게 싫어서 제 성을 딴 ZEE를 영어 이름을 지었는데 사람들이 발음을 어려워해서 자꾸 티라고 발음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르기 쉽게 To zee 라고 했어요. “지에게”라는 의미도 되고 한국 의미로 하면 투지(鬪志)잖아요.


그간 타투이스트로 활동하시면서 예명처럼 활동했다고 생각하세요?


- (잠시 고민) 아직까지 에너지는 많이 있는 것 같네요 (웃음)


외국에서 오래 활동하셨다고 했는데 어디에서 활동하셨나요?


- 처음 견습생으로 있었던 때는 뉴욕에 있었어요. 그 후에 한국에서 3년, 호주에서 1년 반 정도 있었고 그 다음에는 태국에서 있었어요. 견습생으로 일한 게 2011년이니 그때부터 계산하면 8~9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여러 나라를 다니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 제가 여러 나라를 돌아보는 걸 좋아합니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해서요.


저희의 공식 질문입니다.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 또라이? (웃음) 사실 친구들이 또라이라고 많이 얘기해줘요. 나쁜 의미는 아니에요. 끼가 많은데 그 끼가 대중적이기보다는 조금 더 독특하게 느껴져서 그렇게 많이 불러주는 것 같아요.


그 독특한 끼라는 건 어떤 걸까요?


-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대중적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음악의 경우에는 사이트랜스라고 하는, 한국에서는 굉장히 매니악한 장르를 좋아하고, 크리스탈, 스톤 같은 것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이런 별명이 붙은 것 같아요. 전 좋아하는 별명이에요. (웃음)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타투이스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타투이스트 이전에 더 오래 있었던 직업군은 금융 쪽이었어요. 금융은 돈을 관리해야 하는 일이어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제가 시장을 앞서나가서 읽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저의 성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렇게 10년 정도 일을 하고 나니까 다른 직업을 찾아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휴식기를 가지고 외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생각한 것은 ‘다른 나라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를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마침 제가 어렸을 때 미술을 오랫동안 전공했었어요. 그 기술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자고 생각하게 됐고, 그렇게 타투이스트의 길을 가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셨나요?


- 사실 저희 어머님이 미대를 가고 싶어 하셨는데 그 때 당시에는 예술군이 딴따라라고 불리던 시절이어서 결국 못 가셨어요. 딸 셋 중에 어머니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고 그렇게 선택된 게 저였어요. (웃음) 실제로 유치원 대신에 미술 학원부터 다녔고요.


미술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전공은 경영, 마케팅을 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 어렸을 때 큰 사고를 당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거의 병원에 있었죠. 그 와중에도 어머니는 저를 미대에 보내겠다는 일념을 굽히지 않으셨고요. 목발을 집고 학원을 다니며 입시 미술을 했어요. 지금은 어떤 문제점, 어떤 개선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입시 미술은 똑같은 그림을 계속해서, 수백, 수천 번 그려야만 했거든요. 저는 그게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미대를 가지 않았죠.


그렇게 전공하게 된 경영학, 마케팅은 적성에 맞으셨나요?


- 일단, 수학을 좋아해요. 물리를 좋아하고요. 이과적인 걸 굉장히 좋아해서 실제로 수리, 사고, 딱 떨어지는 논증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전공이 잘 맞았어요.


금융쪽 일은 적성에 맞았나요? 적성에 맞지 않거나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10년 동안 한 업계에 있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10년 동안 만족하면서 일을 하셨나요?


- 좋아했었어요. 저는 금융 기관에서도 자산 관리 팀에 있었어요. 손님들의 돈을 받아서 투자를 한 다음 다시 돌려드리는 일이었는데 그런 것도 너무 재미있었고 수리적으로도 잘 맞았어요. 다만 제 안에 있는 끼는 항상 다른 걸 보고 싶어 하고 다른 나라를 접하고 싶어 했어요.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 한 곳에 소속되어 있고 업무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었어요.


미술이더라도 여러 갈래가 있잖아요. 그 중에서 왜 타투를 선택했나요?


- 타투를 직업으로 선정하기 이전에는 공방에 나가서 미술을 가르쳐주고 저도 작품을 만들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곤 했었는데요. 저는 조금 더 자극적인 걸 하고 싶었어요. 더 역동적인 거요. 타투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긴 하지만 스케치북이나 도화지가 아니라 사람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훨씬 많은 주의력이 요구되고 조심성이 필요해요. 그런 게 굉장히 좋았어요.


사람 몸에 하는 작업이잖아요. ‘실수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은 없으세요? (웃음)


- 물론 조심해야 하는 작업이에요. 실제로 혈액을 볼 수 있는 작업이잖아요. 근데 그래서 좋았어요. ‘망치면 어떡하지?’보다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자신감이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쪽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저는 걱정하는 병은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웃음)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 인도, 만다라, 깨달음


은행을 그만두셨을 때 인도로 가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과정으로 가시게 된 건가요?


- 사회생활을 9~10년 정도 하고 나니 정말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머리를 밀고 인도로 갔어요. 그 전에도 명상, 요가 같은 것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요.


인도에서의 경험을 듣고 싶어요. 어떤 것들을 보고 경험하셨나요?


- 하나의 큰 대륙이잖아요. 지역마다 굉장히 특색이 달라요. 기후도 다르고, 사람들도 다르고, 패션, 언어도 달라요. 가장 재미있었던 건, 인도 분들이 어떤 신기한 질문들을 저에게 계속 던졌어요. 제가 간 곳 중에 갠지스 강이 흐르고 있는 중요한 도시 중에 하나인 바라나시(Varanasi)가 있었는데요. 시신들을 화장해서 신에게 바치는, 오래된 풍습이 있는 마을이었어요. 근데 정말 길이 어려운 곳이어서 찾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길에서 ‘이 게스트 하우스에 가려고 하는 데 어떻게 가야하나요?’라고 질문을 하면 ‘길은 원래 잃어봐야 하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길을 안 가르쳐주시더라고요. (웃음)


또 기억에 남는 건, 제 소유품들을 옆에 놔두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분이나 와서 그걸 쓰는 경우가 있었어요. ‘이거 제 건데요?’라고 말을 하면 ‘이건 처음부터 네 것이 아니었어.’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었어요. 그런 게 한편으로는 철학적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미나기도 했어요.


인도에서의 경험이 지금 타투 작업에 영향이 있었나요?


- 네,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제가 하는 타투는 만다라와 기하학, 어떤 패턴에 대한 타투거든요. 가장 처음 영감을 받은 곳이 인도였어요. 만다라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인도에서 사용하는 의미는 우주를 표현한 것도 있지만 가장 심볼릭한 개념으로는 연꽃이에요. 여행을 하면서 대문이나 길, 행사 장소에 온갖 만다라들이 즐비해 있어요. 그런 것들을 보고 영감을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만다라와 기하학,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작업을 하는 거라고 보면 될까요? 기하학은 어떻게 접목시키게 된 건가요?


- 저는 물리를 좋아해요. 물리라는 게 세상 모든 것이 운동으로 기술될 수 있고 그 기술에는 일정 법칙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 법칙 안에는 일정 패턴이 있고요. 우리가 일상 속에 볼 수 있는 패턴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그것과 만다라를 접목시키면 또 다른 나만의 것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고 그렇게 지금의 타투를 시작했어요.


만다라가 깨달음, 우주를 상징한다고도 얘기해주셨는데, 그렇다면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떠오르기도 해요. 투지님에게 깨달음이란 무엇일까요?


- 제가 생각하는 깨달음이라는 건 의식적으로 깨어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명상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방편을 통해 본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뷰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자각할 수 있는 그런 깨어 있는 의식 상태, 저는 깨달음을 그렇게 해석하고 그게 저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예요.


그럼 투지님의 깨달음이란 내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를 표현하는 것을 말하는 건가요?


- 본인이 마음과 생각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친구와 싸운다고 했을 때, 보통은 흥분하고 소리를 지르게 될 수 있는데, 그 상태는 내 감정, 또는 현재 상황에 굉장히 몰입해 있는 거잖아요. 거기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상황에서 분리된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다면 화를 내는 상황까지 가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하면 그 화에는 감정이 없어져요. 저는 그런 것들을 명상 상태, 깨달은 상태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투지님 자기 자신은 살아오면서 깨달음에 가까워지셨나요? (웃음)


- 그렇다고 얘기하면 안 되겠지만,(웃음) 명상을 한 시간이 10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경험을 해봤을 때는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더 편안해졌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컨트롤이 가능해진 것 같아요.


만다라에 담겨 있는 깨달음에는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 건가요?


- 만다라라는 용어는 고대 인도 언어인 산스크리트어에서 나왔어요. 그 뜻은 원이고 그 원의 의미에는 우주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힌두교라는 종교의 측면에서 보면 윤회, 바퀴를 의미하고요. 그런 과정에서 나온 의미가 깨달음이었어요.


그런 의미를 가진 만다라를 타투로 몸에 새긴다는 건, 그냥 타투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해요.


- 보통 사람들은 본인에게 의미가 있는 타투를 받고 싶어 하세요. 그걸 몸에 새김으로써 신념, 가치관을 뚜렷하게 각인하고 다른 사람에게 드러나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생각이 결국 말로 나오고 그것이 행동으로 연결되고 행동과 말이 습관으로 형성되면 가치관이 되고 결국은 생활, 세계관, 운명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 의미 있는 것들, 제가 의지로 신념으로 믿고 있는 것을 몸에 새겨드려서 그 분도 그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사이에서 의미 있는 교류가 생긴다고 믿고 있어요.


그렇다면 투지님의 타투는 작업자가 생각하는 가치관을 새기는 것일까요? 아니면 타투를 받는 사람이 받고 싶은 것을 새겨주는 것일까요? 물론 둘 다 가능하기도 하겠죠.


- 제 개인적인 가치관을 말씀드리면, 받는 분의 가치관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 ‘만다라 정말 좋아요, 받으세요.’라고 얘기해도 좋은 상호 작용이 일어나지는 않잖아요. 예컨대 고객님이 나침반을 받고 싶어 하신다면, 그걸 바탕으로 더 좋은 의미가 새겨질 수 있게 제가 디자인을 하고, 그 과정에서 만다라나 패턴을 접목시키고 있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 타투


투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타투는 무엇인가요?


- 본인이 가진 다음에 만족하고 그 의미가 자신의 생활에 반영이 될 정도의 신념이 될 수 있는 타투들이요. 그리고 그런 타투를 가짐으로 해서 가지지 않았을 때보다 그 사람의 몸이 더 아름다워지는 타투. 그런 타투가 좋은 타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면 좋은 타투이스트는 어떤 타투이스트인가요?


- 이건 온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제가 가장 중요시 하는 명상적인 것과 타투 작업이 결부되어 있는 타투이스트들을 외국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굉장히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어요. 실제로 작업하는 걸 보면 타투 작업이라기보다는 의식 같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예를 들어, 태국에서 뵈었던 타투이스트 분이 있었는데요. 스님으로 생활하신 적이 있는, 지금은 사회생활을 하는 분이었어요. 그 분의 경우 손님이 오면 같이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을 시작하고, 서로의 기를 충분히 교류해요. 그 후에 디자인을 설명하고 작업에 들어가요. 그런 모든 과정을 거치는 타투이스트가 좋은 타투이스트 같아요.


타투라고 하는 하나의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교류가 있는 거네요.


- 저 같은 경우에도 손님이 당일에 와서 타투를 받을 수 있냐고 문의하면 보통 바로 작업하지는 않아요. 단순한 레터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왜 하고 싶은지, 이 그림을 선정하게 된 배경의 의미, 어떤 곳에 했을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패션적인 부분, 이런 걸 충분히 상담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그런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타투 디자인을 할 때 특별히 더 염두에 두는 게 있나요?


- 하나의 아트를 보는 개개인의 시각차는 굉장히 커요. 제가 보기에 정말 아름다운 도안이라도 다른 분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굉장히 중요해요. 동그란 만다라라도 그 분의 체형, 근육, 몸의 형태에 맞아야 하고요. 어떤 색깔을 넣을 것인지, 또는 색을 넣지 않을 것인지 그런 것들을 선택해야 해요. 이렇게 먼저 소통을 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이 어떤 의미로는 감정적인 노동 같기도 하네요. 말씀해주시는 걸 들어보면 타투를 위해 그 사람을 알아가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감정적인 소모가 많이 될 것 같아요.


-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제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면 저의 일방적인 걸 표현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더 쉬워요. 더 쉽고 고치기도 쉽죠. 근데 그 대상이 사람의 몸이 되면 단순히 타투를 하는 행위가 아니라 몸, 영혼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타투는 통증이 수반되는 작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통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그 사람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되기도 하죠.


그렇다면 타투는 의미에 중점을 두는 예술인가요?


- 물론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만큼 중요하게 패션이라고 생각해요. 받기 전과 후의 차이가 굉장히 확실한 작업이잖아요.


기억에 남았던 작업이 있으신가요?


- 하나의 만다라를 몸 전체 입히는 타투 작업을 한 적이 있었어요. 작은 타투로 몸을 채워나가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하나의 도화지로 보고 그 위에 그림을 채워 넣은 거죠. 그 작업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작업했지만, 결과물을 보고 정말 좋았던 작업이었어요.


반대로 아쉬웠던 작업도 있었나요?


- 제가 건강한 상태에서 타투를 해야 하는데, 너무 무리를 하거나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타투를 하게 되면 건강하지 못한 마음가짐으로 타투를 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런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 아쉬운 결과물이 나오곤 해요.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작업을 했던 손님에게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작업을 연기한 적이 있었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 휴식, 다음 여정


한 작업을 8~9년 하다 보면 슬럼프가 오거나 ‘내가 이걸 왜 하지?’라고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의구심을 가져 보신 적이 있나요?


- 다행히 아직까지는 없었어요. 금융 기관을 다닐 때는 있었어요. 고비인 3년 때에 ‘내가 이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타투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작업이에요. 외국에 나가서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디자인과 패턴을 볼 때 성찰하고 반성한 적은 있었지만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은 아직까지는 없었어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타투가 예술 활동이지만 한편으로는 직업이잖아요. 직업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 일에서 잠깐 멀어지거나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으세요?


- 회사처럼 일정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어요. 외국 생활을 할 때는 샵 안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었어요. 그럴 때는 육체적으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개인적으로 활동했을 때는 없었네요.


그렇다면 투지님에게 휴식은 무엇인가요?


- 저는 타투를 하면서 여행을 같이 다녀요. 제가 타투를 직업으로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여행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고요. 그래서인지 저에게 휴식은 직업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올 겨울에도 남미 쪽을 여행할 건데요. 그럼 남미의 샵에 연락해서 제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놓고 일을 하면서 여행을 해요.


다른 나라에 가서, 가본 적이 없는 샵에서 일을 하고, 이런 과정이 새로운 경험이잖아요.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 저는 똘끼가 있어서요. (웃음) 어려운 것도 굉장히 좋아하고 생소한 것, 새로운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오히려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많이 찾아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어요. (웃음)


직업적인 관점이 아니라 인생의 관점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 사실 제가 진짜 관심이 있는 건 명상이에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재미있는 아이템들이 많은, 요가, 스톤, 크리스탈, 만다라 등등 그런 것들이 다 같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타투이스트,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또는 투지님의 타투가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하세요?


- 제가 타투 작업을 해드렸던 고객님께 실제로 들었던 얘기인데요. ‘언니가 해준 타투를 받은 이후에 저의 생각이 바뀌었어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타투를 받았을 때 누군가의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뿌듯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마지막 질문입니다. 10년 뒤에 투지님은 어떠한 사람이 되어 있으실 것 같은가요?


- 사실 저는 현재를 사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워요. 10년 뒤라고 해도 가지고 있는 가치라든지 신념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작업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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