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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008 사찰음식점 소식(Soseek)을 만나다

2월 17일 업데이트됨



#.


식사가 인생의 즐거움인 사람들이 있다. 음식을 먹는 게 삶의 낙인 사람들이랄까. 가끔 그런 사람들이 부러웠다. 인생이 즐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어도 하루에 세 번은 있는 것이니까. 식사를 숙제처럼 하는 필자에게는 조금 먼 이야기였다. ‘그날 하루의 일을 잘 끝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 식사는 필자에게 딱 그 정도의 행위였다. 음식의 맛은 어떤지, 모양은 어떤지,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는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적당한 가성비의 음식을 먹고 배부르기만 하면 그뿐이었다.


그랬기에 소식에서의 식사는 새로운 세계의 도래였다. 음식의 맛이, 음식을 먹는 공간의 느낌이 음악이나 영화 같은 예술 작품에서 오는 감동과 같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다. 흔히 말하는 ‘정성을 담은 맛’이 대체 뭘까 싶었는데, 소식에서의 첫 식사는 그게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소식은 ‘시간을 요리한다.’고 한다. 정성스럽게 재료 하나하나를 다듬고, 마음을 담아 음식을 만든다.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경험하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고, 그러니 일단 한번 먹어보라고 말한다. 그 안에서 치유 받고, 자유로워지라고 말한다. 금욕을 통한 해방처럼, 맛있는 맛으로 해방되어 보라고 권한다.


속세의 사찰, 누구든 쉬며 훌륭한 사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해방촌 사찰 음식점 소식(Soseek)을 만났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소식(Sos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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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연 : 저는 박연이라고 합니다. 소식의 전반적인 브랜딩, 소비자들이 들어왔을 때의 경험 디자인 등을 신경 쓰고 있고요. 메뉴나 로고, 디자인 작업이나 그림 작업 등을 맡고 있어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안백린 : 저는 소식에서 요리를 맡고 있는 요리 수행자 린이라고 합니다.


오늘 인터뷰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함께 소식을 만든 전범선님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실까요?


박연 : 전범선씨는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하고 있고, 글 쓰고 말하는 걸 담당하고 있어요.


소식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연 : 소식은 사찰이에요. 속세의 사찰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알맞을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소식의 이름을 지을 때 영감 받았던 세 한자는 적을 소(少) 미소 소(笑) 나물 소(蔬)였어요. 그게 한국 사찰음식 웹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사찰음식의 정의예요. 근데 저희가 소식을 준비하다 보니까 ‘고기가 없는 밥’이라는 뜻의 흴 소(素)자로 표현하는 게 더 근본적인 의미를 담은 표현인 것 같더라고요. 채식의 다른 단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 여러 의미가 담긴 공간이에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lookinsoul, 오픈북]


소식의 시작이 궁금해요. 이곳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박연 : 거슬러 올라가면 2017년 9월이었어요. 디자인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면서 사찰 음식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스님, 한국 외식 업계 대표님, 소비자들을 인터뷰해보고, 사찰음식 전문점도 돌아보면서 이런 저런 공부를 했었죠. 우연한 기회에 제 발표 자료를 전범선씨에게 보여줬는데 범선씨가 ‘이거 너무 좋은 것 같다, 이걸 어떻게 발전시킬 수 없을까?’ 라고 얘기하면서 고민이 시작됐어요.


채식 비건에 대한 관심이 서울에서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흔히 가게 되는 식당은 샐러드나 비건 버거 같이 서양 음식을 만드는 식당인 경우가 많아요. 그게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사찰음식은 완전 비건이거든요.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는, 채식에 관심이 있는 20, 30대 청년들에게 ‘조금 더 한국적인 사찰 음식을 알려보자, 사찰 음식도 뿌리 깊고 근본 있는 멋진 비건 음식이라는 걸 알리고 이걸 더 대중화시켜서 접근성을 높여보자’ 하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안백린 : 저는 석사 때 ‘음식과 영성’이라는 걸 공부하면서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길러지는지, 먹는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공부했었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우리가 음식을 먹는 방식이 관계적이지 않고 소비적이라고 느꼈죠. 음식을 먹으면 그걸로 끝이잖아요. 그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궁금해하지도 않고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하지 않죠. 그런 음식 소비 문화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이걸 해소할 수 있는 음식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찰 음식에 그런 철학을 많이 담겨 있다는 걸 배우게 되면서 이런 사찰 음식을 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레스토랑을 같이 만들게 됐어요.


세 분은 처음에 어떻게 만나시게 되신 건가요?


박연 : 우연이라면 우연이고 운명이라면 운명적인 만남이었는데요. (웃음) 저는 2017년 11월에 전범선씨를 지인의 소개로 만났어요.


안백린 : 저 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시기에 만났던 것 같아요. 원래 저는 채식 파티 활동을 했었어요. 파티 음식을 만들 때 채식으로 메뉴를 꾸미지만 풀은 하나도 없는, 편견을 깨는 파티를 했었는데요. 그 때 공연자로 전범선씨가 온 적이 있었어요. 그렇게 인연이 됐어요.


서로 알게 되신 지 오래되지는 않았네요. 흥미로워요. 안 지 얼마 안 된 세 분이 이렇게 소식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박연 : 동물해방물결이라는 단체가 계기를 제공해줬어요. 전범선씨가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님의 지인인데요. 제가 전범선씨에게 앞서 말씀드렸던 사찰 대중화 프로젝트에 대해 보여줬을 때 ‘내 지인이 동물해방물결이라는 시민 단체를 운영한다. 그곳도 외식업 관련된 부분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이걸 그걸로 해보면 어떨까?’라고 하더라고요. 이지연 대표님의 반응도 좋았고요.


안백린 : 저 같은 경우에는 전범선씨가 ‘여기에서 한번 요리해볼 생각이 없냐?’고 해서 왔어요. 근데 와 보니까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웃음) 워낙 제 성격이 불가능해 보이는 걸 보면 ‘이게 어떻게 하면 가능해질까?’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렇게 한번 꼬드김을 당해서 머무르게 되었죠.


전범선씨가 수완이 좋으시네요. (웃음)


안백린 :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고, 범선씨가 가지고 있던 가치에 동의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상황이 열약할수록 마음이 더 움직이더라고요. 상황이 열약한데도 마음이 끌린다면 그만큼 메리트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박연 : 동물해방물결에서 사무실의 한 구석을 내어준 덕분에 저희는 부담 없이 이 공간에서 소식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원래는 지금 주방이 있는 안쪽이 동물해방물결의 사무실이었고 지금 식사 공간에서 린씨가 주방 없이 요리를 했었죠. (웃음) 그러다가 소식이 자리를 잡기 시작할 때쯤 ‘옆에 옷가게가 나가서 그 쪽에 자리가 났다. 동물해방물결은 옆쪽으로 옮기면 어떻겠냐?’고 말씀을 드렸고, 그 결과 저희가 이 공간을 쓰게 됐어요.


동물해방물결을 쫓아내셨군요. (웃음)


박연 : 쫓아냈다고 하면 좀 못된 것 같고, 제안했다고 하기엔 좀 나이브한 것 같고 (웃음) 결론적으로는 이렇게 되었습니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lookinsoul, 오픈북]


#.공간


저는 소식에서 식사를 할 때 공간도 같이 섭취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인테리어나 소품도 굉장히 많이 신경 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땠나요?


박연 : (웃음) 사실 체계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제 감을 많이 따졌던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느낌, 내가 들어가서 앉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공간이어야 했어요. 저와 전범선씨 둘 다 성향이 비슷해요. 동묘 거리 다니다가 즉흥적으로 ‘야, 저 부채 걸어두면 인테리어 끝이겠다.’해서 5000원에 부채를 샀고, 밖에 있는 석등은 ‘그래도 사찰이니까 석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둔 거고, 절 방석과 비슷한 직사각형의 방석을 가지고 오기도 하고, 그렇게 하나씩 소품을 추가했어요.


이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게 있을까요?


박연 : 집, 옛날 한국 집 같았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옛날 한국 집은 어떤 곳이었을까요?


박연 : (웃음) 바닥에 앉는 편안함? 방석에 앉아서 밖을 바라볼 수 있는 편안함. 집 밥 먹는 편안함인 것 같아요. 제가 사찰을 다니면서 받았던 느낌들을 사람들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겉치레가 없고, 인위적인 느낌이 없고, 자연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고. 음식을 연료로 생각하지 않아야겠다는 느낌이 있고, 이기심이 사라지는 느낌이 있는 것 같고, 주변을 조금 더 자세히 살피게 되는 것 같고. 그런 것 같아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소식(Soseek)]


#.음식


소식은 속세의 사찰이지만 식당이기도 하죠.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도 음식이 참 인상 깊었어요. 요리 수행자의 입장에서, 소식의 음식에 대해서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백린 :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사찰음식을 전문으로 하고 있어요. ‘사찰음식은 나물 음식이다.’라는 틀을 깨고 대중들이 조금 더 좋아할 만한, 그리고 저희의 철학을 담기 좋은 음식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철학을 담기 좋은 음식’의 그 ‘철학’은 어떤 건가요?


안백린 : 저희가 가지고 있는 생각 중에 하나가 ‘시간을 요리합니다.’예요. 그만큼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이죠. 요리를 하는 데 보통 3일 이상 걸린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말리고, 재우고, 볶고, 찧고, 이런 과정들이 굉장히 많아요. 보통은 음식을 크게 보이려고 하잖아요. 저희는 말리는 과정을 중요시해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재료를 쓰지만 티가 나지 않죠. (웃음)


[사진 촬영 및 제공 = 소식(Soseek)]


제가 생각하는 사찰음식은 식물의 다양성, 생물의 다양성을 담은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소에 우리가 잘 먹지 않는 곡물들을 많이 담았어요. 보통은 백미, 현미, 보리 정도를 쓰고 있는데 저희는 흑찰 흑보리, 밀보리, 청차조, 매밀 등을 담았죠. 발우 안에 들어가는 채소들도 계속 바뀌어요. 매번 농부와 얘기하면서 어떤 게 제철 채소인지 확인하고, ‘이런 걸 키워줬으면 좋겠다, 이 채소는 이런 모양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소통하면서 많은 식물을 담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소식(Soseek)]


또 하나는 ‘사람들이 이 음식을 먹었을 때 농부의 마음을 알면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채소나 고양이를 키울 때 정말 많은 정성이 필요하잖아요. 그냥 물만 준다고 키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의 정신을 담으려고 채소를 더 풍성하게 담는 것도 있죠.


저희는 모든 재료, 음식이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모양, 식감 맛까지. 그런 다양성을 많이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음식의 모양이 다 다르다는 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재료의 식감이 다 다르다는 걸 촉각으로 느끼게 하고, 혀로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귀로 음식과 그릇의 소리를 듣게 해요. 이런 걸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다 보니 시간과 공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왜 주력 음식으로 사찰 음식을 선택하셨나요?


안백린 : 물론 저희는 오신채를 쓰고 술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찰 음식과는 조금 달라요. 그럼에도 사찰 음식을 선택한 이유는 사찰 음식의 철학이 제가 원하는 철학과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사찰 음식에는 참선이라는 말이 있어요. 음식이 우리 몸속에서 어디로 가는지 명상하는 시간을 참선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불교가 말하는 그 순환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사찰 음식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소식의 음식만이 가진 차별성이 있나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맛, 독특한 느낌 같은 것이 있을까요?


안백린 :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여기의 음식은 확실히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고요. 여기에 오면 조금 더 특별한 오감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요리가 예술이라고 생각을 하고 해치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리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그 경험을 충분히 음미하실 수 있는 곳이 소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메뉴 개발, 재료 공수, 요리 등 각 과정마다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안백린 : 재료의 모양, 맛, 어떻게 길러졌는지를 많이 물어보고요. 자꾸 새로운 걸 써보고 싶어 해요. 콩 같은 경우도 우리가 아는 콩이 몇 개 없는데 사실 한국에 정말 다양한 콩이 길러지고 있고 그 역사도 정말 깊거든요. 그런 다양한 재료들을 어떻게 대중들에게 좋아하는 맛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해요.


저는 사찰 음식이 맛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쓴 맛만 깨우침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 흔히 사찰음식은 금욕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사찰 음식은 해방과 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똑같은 말이거든요. 금욕을 하는 이유는 해방되기 위해서인데, 결국 저희가 진짜로 원하는 건 욕구를 금하는 게 아니라 그것에서 자유로워지는 거잖아요. 저는 심심함을 통해서만 욕구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음식이 맛있고 그를 통해 현대 사회라는 맥락 안에서 힐링을 얻을 수 있다면, 마음이 치유될 수 있다면 그건 해방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lookinsoul, 오픈북]


#.


소식은 사찰 음식점이기도 하지만 비건 식당이기도 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채식에 대한 질문이 떠올라요. 우리는 채식을 왜 해야 할까요? 누군가에게 채식은 식습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윤리적인 선택이기도 해요. 그런 차원에서 두 분이 생각하시는,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연 : 공장식 축산, 동물의 도축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기도 하고, 육류를 섭취하면서 생태계 전체가 잃는 에너지가 많다고 해요. 그런 면에서 효율적인 식습관이 아니기도 한 것 같아요. 누군가 그런 얘기는 하더라고요. ‘고기를 먹고 싶으면 네가 키워서 네가 잡아먹어라’라고요. 오히려 저는 그런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조금 다른 레벨의 육식 문화이지 않을까 싶어요. 공장식 축산을 통해서 중간 과정이 많아질수록, 그래서 원산지와 소비자의 단계가 멀어질수록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 과정을 더 좁힐 수 있다면, 그게 더 자연의 이치와 가깝게 느껴져요.


안백린 : 저는 채식이 앞으로의 트랜드일 것 같아요. 100년의 시간을 산다고 했을 때 우리가 항상 떵떵거리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내 자식들, 내 다음 세대들이 살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소비나 선택으로 이 공간에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라고, 살면서 한 번은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 그 해결 방법 중 하나가 채식이라면 환경적인 이유이든, 동물이 고통 받는다는 이유이든, 건강이 이유이든 새로운 미식 경험의 이유이든 한 번쯤 시도해볼 수 있는 게 채식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사람들이 채식을 못하는 이유는 현재 상황과 맥락, 이제까지 교육 받아온 지식 때문이지 채식의 가치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맛있는 걸 못 먹는다,’는 것이 이유라면 언젠가 대안육을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고 채식 레스토랑에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때 해봐도 되는 거고요. 어떤 선택이든 강요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요. 저는 본인의 시간 안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 채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분이 생각하시는 소식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박연 : 채식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들이 있는데 그런 걸 깨고 싶어요. 한 번 채식을 제대로 경험해보면, 이곳에 발을 담가보면 나갈 이유가 없다는 걸 직접 경험해볼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우리에게 좋고, 남들에게 좋고, 환경에게 좋고, 동물들에게 좋죠.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단점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채식을 많은 사람들이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안백린 : 소식의 본질은 ‘모든 동물에게 열려있다.’는 것 같아요. 고양이도 있고, 비둘기도 있고, 동물도 편하게 들어오고 손님들도 편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들었던 얘기,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면서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싶어요. 또 우리 사회에 여러 소수자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편견 없이 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찰이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찰 음식을 하는 곳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소식을 운영했던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아무래도 사찰 음식이라든가 채식, 비건 음식이 20~30대에게 아주 쉽게 소비되는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운영 면에서는 여러모로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박연 : 어려워도 하는 거죠. (웃음) 저는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소식에 대해 알릴 때 채식, 비건이라는 점을 크게 드러내지는 않거든요.


안백린 : 사실 저희 레스토랑을 열심히 알리려고 한 것 같진 않아요. ‘사찰 음식점이든 채식 음식점이든, 입소문을 타고 좋으면 사람들이 오겠지.’ 라는 심플한 생각이죠. 물론 그렇게 녹록치는 않지만(웃음)


박연 : 신경 안 쓴 것에 비해서 찾아서 오는 분들이 전보다 훨씬 많아지기도 했고요.


안백린 :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걱정하지는 않아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잘될 거라는 믿음이 있고 잘 안되더라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돈을 못 버는 거잖아요. 돈을 못 벌더라도 그 안에서 저희가 알리고자 했었던 걸 충분히 알렸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손님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 모든 손님을 챙겨드릴 수 없게 되고, 그러면 서비스나 음식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게 저에게는 정신적으로 꽤 큰 스트레스거든요. 적은 손님이더라도 잘 먹고 가는 게 저는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안백린씨의 경우에는 처음에 요리 수행자라고 소개해주셨는데요. 그간 소식에서의 수행 결과 해방과 가까워진 상태이신가요? (웃음)


안백린 : 아니요, 번뇌에 더 가까워졌어요. (웃음) 제가 아직 모르는 게 많더라고요. 요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요리도 현실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해방감을 느끼기에는 제가 많은 부족하다는 걸 느끼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소식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요? ‘앞으로 이곳이 이렇게 발전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바람이 있으실까요?


박연 : 형태를 조금 더 다양하게 가져가고 싶어요. 배달 음식이라든가, 그로서란트(Groceraunt)처럼 식료품과 레스토랑을 합쳐보고 싶기도 해요. 앉아서 음식을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료도 판매하고 그 재료를 사서 요리해달라고 하면 요리도 해주고 식사도 하고, ‘지금의 소식을 어떤 방향으로 더 확장시킬 수 있을까’ 는 고민은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안백린 : 저는 소식이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그 경험이 훼손되지 않고 잘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맨 처음에 오셨던 손님이 ‘여기는 1년 뒤에 와도 참 좋은 공간이다.’라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건 참 간절한 바람인 것 같네요. 물론 제가 노력한다고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이 받쳐줘야 하겠지만요.


그리고 저는 비채식인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채식인 분들은 와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채식을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여기만큼은 비채식인, 한국적인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이곳이 잘 되어서 나중에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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