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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004 네덜란드 태권도 선수 마토(Mattho Mandersloot)를 만나다

최종 수정일: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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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기 전 사람들은 고민한다. 그리고 망설인다. 이 길이 맞는지, 그 끝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여정을 중간에 포기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되지는 않을지.


네덜란드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선수인 마토(Mattho Mandersloot)는 노력의 힘을 믿고 과감히 길을 떠났다.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을 좇아 네덜란드, 영국을 거쳐 태권도의 본고장 한국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했다. 모두를 고민하게 만들고 망설이게 만들었던 그 벽에 그는 기어코 부딪히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세계 챔피언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실망하셨나요?’라고.


그는 답했다. ‘실망하기는 했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제가 지나온 여정은 여전히 제게 의미 있으니까요’라고.


그는 지금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목적지는 바뀌었지만 이전의 여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여정을 출발한 것도 아니다. 그저 새로운 걸음을 더할 뿐이다. 그의 여정을 들으며 생각했다. 인생 여정에 낭비라는 단어는 애초에 사용될 수 없는 것 같다고. 결국 여정이란 온갖 길 속에서 마주하는 풍경을 보며 만들어진 자신이니까.


지금도 자신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을, 네덜란드 품새 태권도 선수 마토를 만났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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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품새 태권도 선수 마토(Mattho Mandersloot)입니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암스트로담에서 성장했고요. 러던 킹스 칼리지에서 Classics를 전공하며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학생 시절 동안 태권도를 했고 2014년부터 네덜란드 국가 대표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네덜라드 전국 챔피언 복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고요. 개인 부문에서는 은메달을 수상했어요. 유럽 오스트리안 오픈(Austrian Open)에서 5위를 했고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2년 연속 네덜란드 대표 선수로 출전했어요 (웃음) 복잡하죠?


(웃음) 현재 품새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신데요.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운동일 수 있는데, 언제 처음 태권도를 시작하셨나요?


- 7살에 처음 태권도를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 저는 외톨이였어요. 왕따를 당하기도 했고요. 어느 날 어머니께서 ‘가라데 키드’라는 영화를 보여주셨어요. 주인공이 무술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인성을 다듬어가는 내용의 영화였는데요. 그 내용이 기억에 남아서 무술을 배우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각종 무술을 가르쳐주는 집 근처 도장에 가게 됐어요. 가보니 태권도 사범님이 영화 속 미야기와 가장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태권도를 선택했어요. (웃음) 그 때는 어렸었죠. American Fitness라는 이름의 도장의 사범님이셨어요. 저한테는 아버지 같은 분이시죠.


사범님께서 좋은 분이셨나 봐요.


- 사범님께선 굉장히 미국적인 사고를 가시진 분이셨어요. 노력만 하면 원하는 바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분이셨죠. 매번 수업이 끝날 때마다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저희들에게 전해주셨어요. 그 분 밑에서 훈련 받으면서 그런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됐어요.


그럼 프로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신 건 언제였나요?


- 어느 한 순간을 뽑기는 어렵네요. (잠시 고민) 태권도에는 서로의 실력을 가르는 겨루기라는 게 있어요. 12살 때부터 겨루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늘 지기만 했어요. 재능을 가진 편은 아니었죠. 그 때 사범님의 가르침을 받고 다른 친구들처럼 실력을 쌓기 위해 더 노력했어요. 어느 순간 겨루기를 이기기 시작한 제 자신을 발견했죠. 늘 지기만 하던 제가 몇 년 동안 노력한 끝에 15-16살 처음 전국 우승을 달성했고요. 문득 ‘내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세계 챔피언을 꿈꾸면 그것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했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태권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테니 ‘그 때 어떤 일이 생길지 보자.’고 생각하고 태권도 선수가 되기로 결정했어요.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늘 운동 선수들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어요. 태권도, 나아가 운동의 세계에서는 노력이 재능보다 중요한가요? 아니면 재능이 노력보다 중요한가요?


- (웃음) 참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질문이에요. 전 늘 노력이 전부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배워왔어요. 한 동안은 재능의 존재도 믿지 않았죠.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세계 최고 수준의 도장에서 훈련을 받다 보니(특히 제가 속한 품새 부문에서는 아주 명성 있는 곳이죠.) 그곳 사람들의 실력을 마주하면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가지게 됐어요. 마음이 롤러코스터 같았어요. ‘노력이 전부야’, ‘아니야, 재능이 전부야’, ‘아니야, 노력이 전부야’, ‘아니야, 재능이 전부야’ (웃음) 그런 생각의 연속이었어요.


[사진 촬영=Dennis Goedbloed, 사진 제공 = Mattho Mandersloot]


그러다가 재능의 존재를 확실히 깨달은 계기가 있었어요. 어느 날 평소처럼 도장에 갔었는데 한 10살쯤 되는 소녀가 처음 수업을 들으러 왔었어요. 태권도를 전혀 배워본 적 없는 그 친구가 다리 찢기를 한 번에 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유연성은 태권도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다리 찢기는 굉장히 중요해요. 유연성이 있어야 더 좋은 자세,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하거든요. 저는 유연성을 가지기 위해 10년 동안 고통을 참으며 다리 찢기를 해왔는데 그 아이는 그 과정 없이 처음부터 유연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자신의 재능을 모르는 것 같았지만 저와 비교해 보면 제가 가지지 못한 큰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거였죠. ‘저게 재능이구나.’ 싶었어요.


그걸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스스로에게 실망하진 않으셨나요?


- 놀라기도 했고, 할 말을 잃기도 했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어요. 그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은 많았어요. ‘마토, 동양인들은 서양인들보다 훨씬 유연해. 꼭 명심해’라고요. 그 땐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었어요. (웃음)


저의 한국 여정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한 감독님과 이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후회하느냐’고 질문하시더라고요. ‘그 동안 시간 낭비한 것 같지 않냐’고요. 제 대답은 ‘아니요’ 였어요. 재능이 없다고 해서 꿈을 추구하는 게 무의미한 건 아니니까요. 꿈을 이루기 어려울수록 그를 추구하는 게 더 값지다고 느꼈어요. 만약 제가 태권도를 하지 않았다면 한국에서의 행복한 삶은 영원히 경험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에게 재능이 부족해서 세계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고 쳐요. 뭐 어때요? 그 여정은 여전히 의미있는 걸요.


마토가 열심히 추구하고 있는 태권도는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 저에게 있어 태권도는 제 삶의 일부예요. 한국에 와서 매일 8시간씩 훈련을 받았어요. 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은 자고, 다시 운동을 하고…그런 삶을 매일 반복했어요.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태권도 없이는 살 수 없는 순간이 와요. 런던에 가서 대학 생활을 할 때조차 운동을 몇 일 하지 못하면 좀이 쑤셨어요. 이제 태권도는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제 삶의 부분이자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어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곤할 것 같아요. 슬럼프를 겪었을 것 같기도 한데요.


- 처음에는 그런 타이트한 훈련이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이전에 경험했던 훈련들보다 100배는 힘든 훈련이었죠. 몇 일 동안은 계단도 제대로 못 올라갔어요. (웃음) 그 힘든 생활도 결국에는 적응이 되는 것 같아요. 심리적 피로라고 한다면, 재능과 노력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피로가 컸어요. 한국에서의 훈련이 제 꿈을 꽃피워줄 거라고 믿고 왔는데, 그런 믿음이 무너지면서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나는 재능 있게 태어나지 못했을까? 그 생각을 수도 없이 했죠.


지금은 극복하신 건가요?


- 극복했으니까 아직 여기 있겠죠? 제 꿈을 다시 설정했어요. 조금 더 개인적인 목표가 되었죠. 이제 저는 세계 챔피언이 되지 않아도 좋아요. 제가 매일 더 나아지기만 한다면, 저의 훈련이 조금이라도 저의 실력을 향상시켜준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결론지었어요. 만약 최대치에 도달한다면 그것이 저의 한계인 것이니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노력했다면 후회는 없을 거예요. 물론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니 제 한계에 도달하지는 못할 테지만 (웃음)


[사진 촬영=Michael Broers, 사진 제공 = Mattho Mandersloot]


태권도 품새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세요. 왜 품새를 선택하셨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싸움꾼이 되기 위해 태권도 도장에서 훈련을 하는데요. 저는 이런 식의 접근이 본인의 연습 과정에서 위험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할 때만 무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무예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겨루기를 하거나 스파링을 할 때에는 서로를 공격하곤 하지만 여전히 태권도, 그리고 모든 무술은 방어를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있었던 도장에서는 방어 동작으로 만들어져 있는 품새를 훨씬 더 세심하게 연습했어요.


태권도의 본질은 뭘까요?


- 저를 가르친 스승님 중 한 분께서는 태권도란 몸과 마음, 본인을 단련하는 것이라고 가르치셨었어요. 올바른 영혼과 올바른 마음가짐을 위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물론 누군가는 신체적인 안정을 위해 태권도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하루의 삶을 성찰하는 도구가 태권도예요. 제가 지금 다니는 도장의 철학과 닿아 있는 것이기도 해요. 지금의 도장에서는 매번 훈련 전에 타인의 존중에 대해, 예에 대해, 상호 소통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절들을 암송해요. 저는 그와 같은 것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 태권도라고 생각해요.


미래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 제일 먼저, 좋은 스승님을 만나세요. 전 운 좋게도 처음부터 저에게 맞는 스승님을 만났어요. ‘No pain No gain’이라는 노력의 중요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일깨워주신 스승님을 만난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많은 운동 선수들이 지나치게 압박을 가하는 스승님을 만나거나 반대로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살려주지 못하는 스승을 만나지 못해 밝은 미래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재능과 노력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일찍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전 25살에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챔피언은 아직까지 본지 못했어요. (웃음)


마토는 7살 때 시작했잖아요. 그 정도면 적당한 걸까요?


제 생각에는 그래요. 그리고 언제 시작하는가 만큼 어떻게 시작하는가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7살 때 매일 8시간씩 훈련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한국의 어떤 아이들의 경우 태권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삶이 자신의 전부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받은 러시아 발레 댄서들처럼요. 만약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면, 어쩌면 그런 방식이 가장 좋은 방식인지도 몰라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앞으로 마토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 제게 챔피언이 되기 위한 만큼의 재능이 없다면 나에게는 어떤 재능이 있을까 고민했어요. 저를 새롭게 알게 된 계기가 됐죠. 저의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니 제가 언어와 친숙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전 항상 언어 학습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배운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좋아했고요. 대학 학부를 Classics로 고른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그러다가 제가 두 언어를 좋아했던 이유가 번역을 공부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어요. 그 때 번역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최종적인 목표는 한국어, 라틴어, 그리스어 문학 번역가가 되는 거예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소설이나 판타지를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일종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어는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언어이고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이 많아요. 특히 네덜란드어로 번역된 한국 작품은 거의 없고요. 그래서 그쪽 방향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번역가로 활동하시면서도 태권도를 계속 하실 생각인 건가요?


- 예측하기 어렵지만 시간 분배의 차이는 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하루의 8시간을 태권도로 보내고 나머지 시간 동안 한국어 공부를 하거나 번역 공부를 하지는 못하겠죠. 그렇지만 그 때에도 태권도 선수로서의 제 정체성은 유지될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10년 뒤 본인에게 한 마디 해주실 수 있다면 어떤 질문을 해드리고 싶으세요?


- 그 동안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고요. (잠시 생각) 저는 자기 성찰적인 사람이라 늘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 길이 맞는 걸까 고민했어요. 때로는 그런 고민이 과하기도 해요. 많은 연구들이 말하길 고민을 덜하고 생각을 덜하는 사람들이 스포츠계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해요. 가끔은 머리 속 고민을 던지고 그냥 앞으로 나아가 봤으면 좋겠어요.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면 다른 목소리에 휘돌리지 않는 자신에게 감사할 때가 오지 않을까 싶네요. 확실한 목표가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다면 그냥 하세요. 다른 것들에 휘둘리지 말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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