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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002 와치 메이커 현광훈 작가를 만나다
최종 수정일: 2021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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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훈 작가에게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작업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스스로를 정의할 때조차 작업 이야기를 하는 그를 보며 작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의 작업 과정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그가 했던 대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금속 핀홀 카메라와 시계를 만든 지 올해로 13년차가 된 그는 촬영을 진행하는 몇 시간 동안 작업에 푹 빠져 있었다. 선반 앞에 앉아 말없이 시계 톱니를 정성스럽게 다듬는 그를 보며 ‘고요한 열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다. 천천히, 느리더라도 꾸준히 작업해 작품을 완성시킨다. 화려하거나 눈에 띄는 모습은 아니지만 그 과정 속에는 분명 열정이 담겨있다.
금속을 이용해 핀홀 카메라와 시계를 제작하는, 고요한 열정을 가진 공예가 와치 메이커(Watch Maker) 현광훈 작가를 만났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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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공예를 하시는 분의 작업실에 처음 와 보네요. (웃음) 저희의 첫 번째 공식 질문입니다. 작업실에서 작가님을 가장 대표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요?
- 여기 있는 이 시계 선반을 제일 좋아해요. 시계 작업을 처음 하려고 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구입한 장비에요. 핀홀 카메라를 제작하다가 ‘좀 더 복잡한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연구를 하게 되었고, 시계 메커니즘이 섞인 카메라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막상 만들어내려고 하니까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혔어요. 여기저기 물어봤는데도 시계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시계를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공부하다보니 우선 시계 선반이라는 것부터 있어야겠다 싶었죠.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웃음) ‘일단 사고 보자!’는 마음으로 선반을 사서 지금까지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핀홀 카메라와 시계를 만드시는 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신데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에 먼저 핀홀 카메라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 사진 배우시는 분들이 처음에 가장 많이 만들어보는 것 중 하나인데요, 사진의 가장 기본 원리를 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암실, 그러니까 까만 상자 안에 바늘구멍을 뚫어놓으면 바깥의 밝은 풍경이 그 바늘구멍을 통해서 상자 안 쪽 벽에 반대로 상을 맺는 원리예요. 사진이 처음 등장하기 전에는 그림을 그릴 때, 풍경화를 그리던 사람들이 천막을 쳐서 구멍 하나 뚫은 뒤 풍경이 비치는 모습을 스케치 뜨던 장치거든요. 그 벽에 필름을 넣고 상자에 구멍을 뚫어서 사진을 찍는, 그걸 핀홀 카메라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럼 핀홀 카메라는 어떻게 보면 일반 카메라의 구조를 보다 단순화한 느낌인 건가요?
- 단순화라기보다는 더 원시적인 카메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의 핀홀 카메라는 필름을 넘긴다거나 그런 기능이 없는 그냥 일반 상자였어요. 거기에 필름이 들어가고, 그 필름을 감을 수 있게 되고, 셔터가 생기고. 그렇게 지금의 카메라로 점점 발전해 온 거죠.
일반 카메라로 찍었을 때와 핀홀 카메라로 찍었을 때의 느낌이 차이가 있나요?
- 아무래도 그렇죠. 렌즈가 없다 보니까 상이 선명하게 맺히지 않고, 장 노출을 해야 하다 보니까 시간의 흐름이 함께 담기게 돼요. 흔적이 고스란히 찍혀 있죠.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느낌이 많이 달라요.
지금 만들고 있으신 금속으로 된 핀홀 카메라 같은 경우에는 과거에도 계속 있어왔던 건가요? 아니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건가요?
- 보통은 핀홀 카메라를 금속으로 만들진 않아요. 흔히 나무 상자나 종이 상자, 깡통 같은 걸로 만들죠. 거기에 구멍을 뚫어서 필름 넣고 찍기도 하는데 이걸 지금의 카메라 형태처럼 필름을 감을 수 있는, 이런 기능들을 집어넣은 금속 소재의 카메라를 제가 만들고 있는 거예요. 물론 제가 처음 만든 건 아니에요.(웃음)
처음에 핀홀 카메라를 만들기 시작하셨던 계기가 있으세요?
- 대학 다닐 때 금속 조형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취미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교양 수업으로 ‘사진 기초 입문’ 이란 수업을 신청하게 됐죠. 그 수업 시간에 과제로 핀홀 카메라를 만들어 오는 게 있었어요. 그 때 교수님은 당연히 종이를 접어서 만드는 핀홀 카메라를 만들라고 하셨던 걸 거예요. 근데 종이를 접다 보니 금속을 잘라 접어도 되겠더라고요. 아무래도 금속을 자르고 하는 게 원래 제 일이자 전공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금속판을 잘라서, 접어서 만든 게 처음 만든 카메라가 되었죠.
그럼 그 때 처음 핀홀 카메라 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아니면 본격적인 결심은 그 이후인가요?
- 그 때는 그냥 재밌겠다 싶어서 만들었어요. 그렇게 큰 비중을 두고 있던 수업도 아니었고요. 그 땐 그냥 만드는 것 자체가 즐거울 것 같았어요. 당시에는 별 생각 없었어요. 그러다가 4학년이 되면서 졸업 전시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거예요. 그 동안 만들었던 것 중에 뭐가 제일 재밌었는지를 천천히 되돌아 봤더니 교양 시간에 만들었던 그 카메라가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하게 됐죠.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핀홀 카메라 제작의 어떤 부분을 매력적으로 느끼셨나요?
- 금속 조형 디자인은, 물론 아이템 자체는 무궁무진하지만 일반적으로 아주 복잡하거나 정교한 것들은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거든요. 근데 카메라라는 아이템은 뭔가 복잡하고 정교하잖아요. 불가능할 것 같은 제품을 직접 만들어낸다는 것. 그게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만들어가는 과정은 전부 독학하신 건가요?
- 그렇죠. 금속을 다루는 기본적인 것들은 대학에서 배웠지만 카메라 구조라든가 안에 들어가는 부품 같은 것들을 만드는 방법이라든가, 시계 관련 된 부품들, 이런 것들은 직접 유튜브나 구글에서 검색해보고, 이베이에서 도구를 구입해서 만져보고, 책 사서 보고, 이렇게 독학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카메라도 많이 뜯어 보셨겠어요.
- 네. (웃음) 많이 뜯어봤죠.
고장나지는 않던가요?(웃음)
- (웃음) 애초에 고장 나 있는 걸 많이 샀어요. 연구 할 목적도 있고 궁금하기도 했고요. 상태가 좋은 것들은 비싸잖아요. 대학 다닐 땐 아무래도 돈이 많이 없으니 고장 난 걸 싼 값에 샀죠. 그걸 고쳐보고, 고쳐지면 좋고, 안 고쳐지면 그냥 연구하거나 부품으로 쓰거나 그랬죠.
그럼 핀홀 카메라 제작을 시작하신 건 햇수로 몇 년 째이신 건가요?
- 아까 말씀드렸던, 과제로 냈던 카메라는 2005년도에 처음 만들었어요.
그럼 벌써 12년, 13년 동안 작업을 해오신거군요 정말 장인이시네요. (웃음) 그럼 시계 메커니즘을 공부하시면서 시계도 같이 만들게 되신 건가요?
- 네. 원래는 핀홀 카메라에 시계 메커니즘이 필요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던 건데 공부하다 보니 시계도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시계도 같이 시작하게 됐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핀홀 카메라와 시계를 1대 1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만드는 과정도 다르고 부품도 다를 테니까 만드실 때 느껴지는 바가 각각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떠신가요?
- 핀홀 카메라라는 장르는 그 자체로 자유도가 굉장히 높아요. 디자인라든가, 기능이라든가, 형태적인 면 같은 것들을 상상하는 건 핀홀 카메라가 시계보다 훨씬 재밌어요. 그 반면에, 시계는 손목에 올라가야 한다든지 등의 제약이 있다 보니까 어느 정도의 틀을 따라야 되는 게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유도가 적은 편인 것 같아요. 자유도를 높여서 뭔가 새롭고 창의적인 것들을 넣으려다 보면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져요. 부품도 작아지고 계산해야 할 것도 많아지죠.
지금 단계에서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만드는 카메라 쪽이 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공부하는 재미는 시계 쪽이 좀 더 재밌어요. 배워야 할 것도 더 있고요.
어떤 의미로는 궁금하고, 어떤 의미로는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은 질문인데요. 만들 때 어떤 생각을 하시면서 만드시나요?
- 글쎄요. (웃음) 그냥 만들다 보면 ‘실수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해요. 이빨이 120개인 기어를 하나 만든다고 했을 때, 119개까지 잘 깎았다가 마지막에 하나에서 삐끗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항상 ‘실수하지 말아야겠다.’ 이거까지만, 이거까지만. 하면서 작업하게 돼요. 그 외에 특별히 하는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눈은 안 아프세요?
- 많이 피곤하죠. 확대경을 눈에 끼거나 현미경을 사용해서 작업하는데요. 워낙 작다 보니까 눈이 많이 피곤하긴 해요. 그나마 이 작업실은 밖에 풍경도 보이고 창문도 있고 한데 예전 작업실은 창문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눈에 피로가 더 빨리 왔던 것 같아요.
직업병 같은 거군요. 눈 말고도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을 것 같아요.
- 지금 치료를 받고 있고요. 일자목 증상이 있어서요. 계속 이렇게 굽은 채로 작업을 하다 보니까 목이 아파서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받고 있어요. 자세 교정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사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디지털화된 시대잖아요. 아날로그 시계나 아날로그 카메라보다는 스마트 워치,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을 쓰죠. 아날로그 제품을 만들고 계신 작가님은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아날로그만의 매력이 있나요?
- 저는 그냥 만드는 게 재밌어요. 작고, 정교하고, 남들이 쉽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못 하는 것들. 그런 걸 제가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거예요. 저도 예전엔 핀홀 카메라로 많이 찍었었는데 요즘은 그냥 편하게 휴대폰으로 찍어요. 시계도 휴대폰으로 보고요. 오히려 저는 덕분에 마음의 부담이 덜 한 것 같아요. 사진이 다소 잘 안 나와도, 시간이 약간 오차가 있어도 다시 찍거나 보정하면 되니까요. 그래도 굳이 매력을 말하자면, 아날로그는 ‘만지는 재미’랄까요. 그런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보는 재미,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
작가님은 예술가 쪽에 가까우신가요, 기술공 쪽에 가까우신가요? 물론 둘 다 될 수도 있지만.
- 저도 그걸 굳이 구분하지는 않아요, 사실 구분해야 된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냥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활동하는 필드 분들은 다 금속 공예 작업하고 있는 분들이거든요. 예술가들, 작가들이죠. 그 작가들 사이에 있으면, 좋게 봤을 땐 엔지니어링 감각이 뛰어난 작가인거고요. 엔지니어 쪽에서 봤을 땐 미적 감각이 좀 있는 엔지니어로 볼 수도 있겠고, 안 좋게 보면 이도 저도 아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저는 이 포지션이 마음에 들어요. 예술가 쪽에서도 기계적인, 메커니즘 쪽에 밝은, 그런 쪽에 특성화 되어 있는 작가로 보이는 게요.
핀홀 카메라는 어떻게 보면 도구인 거잖아요.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이고요. 그래서 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님께서는 작품이 자신의 손을 떠날 때 어떤 느낌이 드세요? 아쉬움 같은 게 느껴지시나요?
- 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떠날 때가 좋죠. 만든 것이 누군가의 손으로 가서 쓰일 때가 좋은 것 같아요. 걱정도 되긴 하죠. 꼼꼼히 점검해서 보내긴 하지만 뭔가 잘못 되었다고 연락 올까봐 걱정돼요.(웃음) 그래도 떠나보낼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아요.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계속 상자 안에만 있을 테니까. 어딘가에 가서 쓰이고 있는 게 만든 저로서도 가장 보람된 일인 것 같아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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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인터뷰하던 중, 뒷벽에 붙어 있는 벽걸이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시계에는 가족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틀어지고 있었다. 그때서야 그가 결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 6살, 4살 된 아들, 딸이라고 한다. 문득 궁금해진 필자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족 분들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필자의 질문에 잠깐 생각하던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떤 의미로 정의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요. 당연히 너무나 소중하고, 좋고, 그런 거 아닐까요. 작업보다도 우선시되는 게 가족이니까요. 옛날에 잠깐 그런 생각은 한 적 있어요. 돈을 벌어야 해서, ‘취업을 해야 하나.’라고요. 물론 못 견딜 것 같아서 생각만 하고 말았어요. 잠깐이나마 그렇게 생각할 만큼, 좋아하던 작업도 내려놓아야 하나 고민할 만큼,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가족은.”
작업실에서는 볼 수 없는 그의 또 다른 삶을 상상하게 하는 대답이었다.
걸어왔던 13년을 돌아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만족스러우신가요?
- 네, 저는 지금 이 삶이 만족스러워요. 이렇게 뭔가를 작업 하고,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좋고요. 사실 작업을 하고 싶어도 이런 저런 여건 때문에 못하는 친구들이나 후배들도 많이 봤어요. 적어도 저는 작업을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좋아요.
그 동안 작업하시면서 권태기 같은 건 안 오셨어요?
- 워낙 작업이 느려요. 빨리 무언가를 해내서 ‘짠’하고 보여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까 작업을 할 때 다소 루즈해지는 경향은 있어요. 그래도 권태기라고 느껴졌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제 나름대로는 바쁘게 살았어요. 뭔가 새로운 걸 찾고, 만들고, 필요한 걸 하고.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또 ‘굉장히 천천히 오래 했구나.’ (웃음) 이런 생각도 드네요.
핀홀 카메라나 시계 말고도 혹시 관심을 갖고 계신 다른 영역이 있나요? 먼 미래에 작업을 해보고 싶은 영역이라든지.
- 시계 작업을 시작한 게 2012년으로 이제 6년 넘어가고 있는데요, 아직도 시계는 뭔가 좀 버거워요.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고 그러다 보니까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 같아요. 카메라는 재밌고 자신감도 생기고 했는데, 시계는 아직도 도전하는 마인드로 작업하고 있어요. 걱정도 많이 되고 더 알고 싶은 것도 많아요.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물론 있고요.
저는 작가님이 시계 만드시는 영상을 보고 대단하시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께서 시계를 만드는 게 버겁다는 표현을 사용하시니까 뭔가 묘하네요. (웃음)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우세요?
- 그나마 카메라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작업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거든요. 궁금한 게 생기면 먼저 물어볼 데도 있고요. 부품 제작을 맡길 수도 있고요. 시계 쪽으로 가면 그런 게 없어요. 시간에 쫓길 때, 어디 맡겨서 외주 작업을 준다거나 이럴 곳도 없고요. 뭔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물어볼 데가 없고.
비슷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물어볼 수도 있잖아요. ‘너 이렇게 안 되는 건 어떻게 해결했어?’ 이렇게 물어보고, 걔도 해결 못했다고 하면 같이 해결해보고 할 수 있을 텐데 와치 메이킹이나 시계 부품을 만드는 사람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 보니까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궁금한 거, 모르는 건 많은데 물어볼 데는 없고 외국인들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발전하는 속도 자체도 많이 더뎌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작가님께서 최종적으로 바라시는, 도달하고 싶으신 목표나 꿈같은 게 있으신가요? 올해의 계획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 계속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작업을 하고 싶어요. 중간에 바뀐다거나 그러지 않고요.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웃음) 계속 조용히 작업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작업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꾸준히 작업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일 같은데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작은 목표라고 한다면, 시계 학교 아니면 학원을 하나 세워보고 싶어요. 제가 시계 공부할 때 혼자 독학을 하다 보니까 아쉬웠던 점이나 많이 겪었던 고민들이 있었어요. 국내에 시계 배울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여건이 되면 그런 시계 학교를 조그맣게 하나 해보고 싶어요.
올해 하반기에는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 11월에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고요. 단체전도 몇 개 있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은 10년 뒤에 어떤 걸 하고 계실 것 같은지, 그리고 10년 뒤의 본인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 10년 뒤에는 여기보다 조금 더 큰 작업실에서 똑같이 작업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좀 더 잘 만들겠죠? (웃음) 작업도 더 많이 했을 테고요. 궁금한 것도 많이 적어졌을 테고. 원래 궁금할 때가 가장 재밌잖아요. 뭔가를 알아내고 그럴 때. 그 때도 계속 그런 자세로, 그런 마인드로 작업했으면 좋겠어요. 10년 뒤에 뭐 좀 알았다고 나태해진다거나 그러지 말고 더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고, 안주하지 않고, 느리더라도 한 발자국씩 계속 전진해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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