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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009 <조용한 흥분>의 저자 유지혜 작가를 만나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유지혜 작가]


#.


어릴 때는 여행기를 꽤 좋아했다. 특히 초, 중학교 시절에는 여행기 외에 다른 책은 거의 읽지 않았다. 여행 서적들은 일종의 모험 판타지 소설이었다. 일상 밖에 있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또는 동경심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과 뭔가 특별해 보이는 모험기들이 필자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러나 고3이 지나 대학생이 된 지금, 필자는 여행기를 거의 읽지 않는다. 재미있게도 여행기에 손을 땐 이유는 같은 이유였다. 판타지 소설 같았기 때문이다.


여행기 속 낭만적인 이야기들이 실제로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뒤에는 엄청난 육체적 피로와 재정적 부담이 숨어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그저 좋은 이야기들만 늘어놓는 여행 서적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23살 여행 이야기를 담은 유지혜 작가(25)의 ‘조용한 흥분’은 어딘가 달랐다. 그의 책에는 설렘과 즐거움만큼이나 우울함과 피로감도 담겨 있었다. 다른 여행 서적이 새로운 공간에서의 설렘만을 이야기할 때, 유지혜 작가는 그곳에서 느낀 권태와 외로움을 함께 이야기했다. 그 솔직함이 필자의 이목을 끌었다. 그것이 더 진짜 ‘여행’ 같았다.


23살 무작정 떠나 98일 동안 로마, 피렌체, 파리, 바르셀로나, 런던 등 유럽 곳곳을 여행한 사람.

두 번에 걸친 유럽 여행기를 글과 그림으로 담은 책 ‘조용한 흥분’의 저자.

설렘부터 피로감까지 자신의 느낀 바를 있는 그대로 풀어내는, 여행 작가 유지혜씨를 만났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 조용한 흥분


책을 펴보면 가장 먼저 ‘스물 셋, 지난 98일간의 기록’라는 문구가 나와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었어요. 왜 하필 23살에 여행을 가시기로 결정하신 건가요?


-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었어요. 진짜 평범한 마음으로 갔었던 것 같아요. 그 나이 또래들은 다 한번 씩 가잖아요. ‘언젠가는 유럽 한 번 가야지.’하고요. 저도 남들처럼 대학교 휴학해서 알바해서 돈 모으고, 그렇게 그냥 친한 친구랑 갔었어요.


책의 내용은 크게 두 번의 여행에 대한 것이에요. 첫 번째 여행은 이탈리아로, 두 번째 여행은 런던으로 갔던 여행이었죠. 간단하게 여행의 일정들을 짚어주실 수 있을까요?


- 첫 여행에서는 한 달 동안 다녔었어요. 로마, 피렌체, 파리, 바르셀로나였고요. 그 다음에는 런던에서 두 달 동안 있었는데, 그 중간에 일주일 동안 파리를 갔다 왔어요.


여행을 하면서 ‘이 여행에서는 이런 건 꼭 해보겠다.’ 그런 게 있었을 거 같아요. 어떤 게 있었나요?


- ‘남들이 흔히 가는 여행지를 가자.’ ‘이 곳은 꼭 가자.’ 이런 건 없었는데요. 파리를 가면 벼룩시장은 꼭 가보고 싶었어요. 근데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느낌보다 ‘가서 즐기자.’는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여행의 진짜 목표는 ‘이런 건 꼭 보고 와야 해.’ 같은 게 아니라 즐기고 쉬려고 가는 건데, 그런 여행을 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걸 많이 경계하면서 갔었어요.


하고 싶은 여행을 하고 오신 것 같으세요?


- 그 순간에는 그랬던 것 같은데요. 지금 돌이켜 봤을 때는 (잠시 생각) 그 때는 어렸던 것 같아요. 그런 여행도 처음이었고, 유럽이라는 대륙도 처음 가봤고요. 책을 낸 것을 기점으로 제 여행도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 당시의 여행이 오히려 낯선 여행으로 느껴져요.


말씀하신 것처럼 두 번의 여행을 하면서 파리를 두 번 갔다 오셨어요. 그리고 파리의 벼룩 시장도 꼭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주셨고요. 파리에 대한 애착이 있으신 것 같아요.


파리는 정말 꿈 안에 있는 도시 같아요. 헤밍웨이가 말하잖아요. ‘당신의 살아 생전, 젊은 날에 파리에 가게 된다면 그 파리가 움직이는 축제처럼 당신의 삶에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라고요. 파리는 정말 저에게도 움직이는 축제처럼 느껴졌어요. 어떤 사람에게 파리는 안 좋은 도시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정말 좋아요. 그래서 더 가고 싶고, 더 오래 있고 싶고, 그런 곳이에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이탈리아로 갔던 첫 번째 여행은 굉장히 설렘이 가득한 여행 같았어요. 첫 번째 여행은 본인에게 어떤 여행이었나요?


- 첫 번째 여행은 첫 번째 여행답게 잘 갔다 온 것 같아요. 후회하는 부분도 전혀 없고 ‘아 진짜 잘 갔다.’ 딱 이런 느낌이었어요. 오히려 많은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감정의 끝까지 가보지도 않았고 그냥 적당히, 내가 즐기고자 하는 것들을 잘 즐기고 왔어요. 어떻게 보면 그랬기 때문에 제 책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3살다운 여행이었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유지혜 작가]


첫 번째 여행을 갔다 오고, 약 3개월 정도 있다가 두 번째 여행을 가셨어요. 지낼 곳을 제공해주겠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돌아오는 티켓도 끊지 않고 60만원만 가지고 무작정 런던으로 가셨잖아요. 왜 그렇게 무모한 여행을 가게 된 건가요?


- 한국에 있기가 너무 싫었어요. 제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지금 있고 싶은 곳이 어디인가.' 생각했는데 저는 외국에 있고 싶었어요. 런던은 제가 가본 적이 없는 나라이기도 해서 궁금증도 있었고요.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기특하게 용기를 낸 것 같아요. (웃음)


두 번째 여행을 기점으로 책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생기 넘치는 내용보다는 가라앉은 느낌, 우울한 느낌도 좀 많이 들었어요.


- 두 번째 여행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런던은 적어도 돈을 가지고 가지 않는 이상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런던에서는 그 곳의 생활보다는 제 자신을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혼자 있었던 시기도 많았고,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런던에서 제가 크게 아팠었거든요.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나 친구에 대한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오픈북]


두 번째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어떤 게 있었나요?


- 그냥 다 힘들었어요. 돈도 없었고, 남의 집에 얹혀산다는 게 사실 힘든 일이잖아요. 제가 외동이어서 한 번도 누구랑 같이 산적이 없었고 중학교 때는 기숙사 생활을 했지만 그 때는 제 침대가 있고 제 친구들이 있었잖아요. 물론 런던에서 절 재워주신 언니분이 저에게 너무 잘해주셨지만, 그런 상황 자체가 저에겐 너무 힘들었어요. 누구한테 티를 낼 수도 없고, 제 편이 없는 느낌이었어요.


여행 서적을 보면, 좋은 이야기들만 담긴 책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몸이 아프셨던 이야기나 힘드셨던 이야기들이 책에 다 담기는 게 신기하기도 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영원히 남는 기록이잖아요. 여러 사람들한테 좋은 모습만 보여주셨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 저는 그게 진짜 책 같아요. 독자 분들이 책을 읽는 내내 제가 기쁠 때 같이 기쁘고 제가 슬플 때 같이 슬프고, 책이란 게 원래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거잖아요. 그리고 힘들었던 그 순간이 제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그게 저를 멈추게 했고 제 여행을 끝내게 했잖아요. 엄마 아빠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도록 해주고요. 그 힘든 경험이 저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줬어요. 그런 것들을 다 담고 싶었어요.


책을 보면 같이 다녔던 친구, 도움을 준 친구 분들, 어머니에 대한 언급들이 곳곳에 보여요. 주변 분들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 고맙다는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저한테 항상 남아 있는 사람들이니까. 요즘 들어서 여행 갔다 와서 철이 많이 들었다고 느끼거든요. 옛날에는 어머니한테 짜증도 많이 냈는데, 어떤 계기로 딱 정신이 들었어요. ‘내가 이러면 안되겠구나.’라고요. 예전에도 엄마 아빠를 소중하게 느꼈지만, 지금은 그걸 더 절실히 느끼는 것 같아요. 나이가 먹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내가 느꼈던 걸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머리로만 알고 실천을 못했는데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유지혜 작가]


#.유지혜 작가


2015년 8월 초판 1쇄가 발행된 유지혜 작가의 책은 1주일 만에 매진되었다. 초판이 발행된 이후 여러 달이 지났지만 <조용한 흥분>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인터넷에 다양한 사람들의 리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유명 연예인 허가윤이나 트와이스의 채영도 최근 즐겁게 읽고 있는 책으로 <조용한 흥분>을 뽑은 바 있다. 이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책의 매력은 바로 ‘솔직함’이었다. 자신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솔직하고 거친 언어가 자신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관심과 사랑이면 스스로를 ‘작가’로 불러도 될 법하지만, 유지혜 작가는 자신을 작가라고 지칭하는 게 아직 창피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글은 진짜 작가들의 글에 비할 바가 못 된다.’면서 유지혜 작가는 민망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여행을 가는 거랑 책을 쓰는 건 다른 일이잖아요. 여행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만, 여행을 책으로 내는 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은 아니죠. 어쩌다가 책을 내게 되었나요?


- ‘내가 무언가 이루어보겠다.’ 이런 생각으로 책을 낸 건 아니었고요, SNS에 쓴 제 일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고 ‘SNS가 아니라 책으로 내면 또 다른 층의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냈던 것 같아요.


제가 SNS를 통해서 글을 올릴 때 사람들이 책을 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요. ‘에이, 이걸로 무슨 책을.’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웃음) 제가 사비를 내서 독립 출판을 할 수는 있어도 출판사가 제 글을 받아줄 거라곤 생각 안 했거든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까지만 해도 기다리면서 ‘안 되겠지’ 싶었고요. 안 되면 솔직히 내기 싫었어요. 출판사 사람들도 못 뚫는데 어디다가 책을 내겠어요. 그랬었는데 정말 운 좋게, 감사하게 책을 낼 수 있게 돼서 이렇게 출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을 처음 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어요?


- 다들 기특해 했죠.(웃음)


책 내용이 본인의 여행일지들을 정리한 거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일기라는 게 가장 사적인 이야기라 책으로 내기 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 진짜 개인적인 이야기는 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적인 이야기를 드러내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요, 여배우들이 영화에서 노출 연기를 하잖아요. 그런 거랑 비슷해요. 사적인 이야기를 책에 적는다는 것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또 동시에 별 게 아닌 것 같아요.


글을 쓰실 때는 어떻게 쓰는 편이세요?


- 사실 제가 글을 열심히 쓰지는 않아요. 생각나면 쓰고, 부담 없이 쓰는 것 같아요. 근데 이번에 베를린 여행에 갈 때는 부담이 많이 됐었어요. 두 번째 책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엄청 많았고, ‘(책을 쓰려면) 글을 쏟아내야 하는데 이걸 쏟아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많았어요. 근데 한국에 머물면서 그런 생각들이 정리되는 것 같아요. 그냥 저 자신을 책을 통해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대단한 글을 안 써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 다니실 때, ‘여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써야겠다.’ 그런 생각은 안 하신 거군요.


- ‘아 이건 나중에 책에 싣으면 좋겠다.’같은 건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문장들이 있으면 써놨다가 나중에 책에 담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본인이 말씀하신 대단한 글, 또는 깊은 글이란 어떤 건가요?


- 진짜 작가가 쓴 글이요.


그렇다면 진짜 작가란?


- (웃음) 박경리씨나 하루키처럼 글 쓰는 것을 본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요. 스스로의 삶은 드러나지 않고 평범하지만 진짜 글을 쓰시는 분들이요. 저도 여행 작가라는 말을 쓰긴 하지만 작가는 아닌 것 같아요. 작가라는 말이 너무 창피해요. 진짜 작가 분들 글을 읽다보면, ‘아 진짜 이게 글이지.’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꾸준히 일기를 쓰신다고 들었어요. 이번 글도 그런 일기를 정리한 것들이라고 알고 있고요. 유지혜씨에게 기록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 15년 이상 꾸준히 일기를 써왔지만 그것들을 다시 펼쳐서 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단지 기록을 하는 이유는, 그 순간, 그 날 제게 어떤 일이 있었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글로 기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다시 읽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씀으로써 그 하루를 더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를 통해서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진다고 생각하고요. 진짜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 중에 일기 안 쓰는 사람이 있을까요? 하다 못해 스케줄 정리를 하면서 뭐라도 끄적이지 않을까요? 저는 오히려 무언가를 안 쓰는 게 이해가 안 돼요. 기록이란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서울 여행


유지혜 작가는 지금 서울을 여행 중이다. 프랑스도, 이탈리아도, 영국도 아닌, 우리의 일상이 녹아 있는 그 서울을 여행 중이다. ‘대체 서울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유지혜 작가는 ‘지금 여기 앉아서도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중요한 것은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정말 여행을 다니는 여행자 같았다.


지금 하시고 계신 ‘서울 여행’은 본인에게 어떤 건가요?


- 여행 경비를 모으는 중요한 시간이면서 동시에 엄마 아빠와의 시간도 보내는, 더 열심히 살아서 편한 시간인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바쁘게 사는 것에 익숙하거든요. 돈 벌고,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친구를 만나고, 서울에서의 생활은 바빠요. 그래서 오히려 편해요. 근데 여행을 하면 가서 할 게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불편했던 게 있었어요. 내가 열심히 안 사는 것 같고. 지금 여행은 그 다음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마음과 몸을 더 단단하게 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그렇게 다지고 나가야 제가 더 오랜 기간 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에서의 삶도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건, 분명 굉장한 발상의 전환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이 곳의 삶을 여행으로 느낀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제가 친구들이나 애인과 여행하고, 만나서 밥 먹고, 커피 먹고 그렇게 살아왔었거든요. 생각해보니 정작 부모님과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머리로 깨달았는데. 이제는 마음으로 깨달았어요. 그런 과정들도 저는 다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에서 고생하는 것만이 여행이라고 생각 안하고, 호텔에서 편하고 안락하게 다니는 것만이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울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제가 싫어하는 도시지만, 그걸 준비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분명 저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제가 3개월 동안 여행했던 것보다 지금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던 게 훨씬 행복해요. 그래서 그걸 책으로 전달하게 되면 독자 분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더 많이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여행이라는 게 그런 것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서울은 왜 있기 싫은 곳인가요?


- 답답하고, 천편일륜적이고, 외모지상주의적이에요. 외국에 나가면 스스로가 얼마나 자신도 모르게 외적인 것에 관심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사람을 외모로 판단한다는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인지 많이 느꼈어요. 저에게 서울은 그런 곳이었어요. 그런 서울이 싫어요.


본인에게 여행이란 어떤 건가요?


- 여행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물론 ‘생업도 마다하고 여행을 가라.’ 이런 말이 아니고요. 공휴일이나 설날, 추석처럼 하루 이틀이라도 시간이 날 때 어디로든 떠나보라는 이야기에요. 꼭 외국을 나가지 않더라도 제주도나, 울릉도 이런 곳이라도 갈 수 있잖아요. 저는 지금 이 의자에 앉아서도 여행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어디로 가는가, 얼마나 멀리 가는가가 아니라 떠나고자 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전 책을 통해서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제 책을 읽으신 분들에게 권장 드리고 싶은 사안은, ‘여행을 가라.’는 것 같아요. 제 여행을 따라하셔도 좋고, 자신만의 여행을 하셔도 좋고 패키지로 가도 좋고, 뭐든 좋으니까 그냥 여행을 가셨으면 좋겠어요.


10년을 같이 살아도 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있고, 1시간만 봐도 저를 잘 아는 사람이 있잖아요. 여행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망원동에서 10년을 살았지만 여기서 느끼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파리에서의 일주일이 제 인생에 평생 남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서 어디로든 떠났으면 좋겠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유지혜 작가]


작가님 스스로 생각하기에 ‘유지혜’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 ‘생각이 계속 바뀌어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계속 크고 있고, 하루하루 바뀌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5초간의 침묵) 저는 그냥 저인 것 같아요. (웃음) 어떻게 보면, 건방질 정도로 제 스스로를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닮고 싶은 사람도 없고, 지금의 제 인생이 참 마음에 들어요. ‘지금 이대로만 가면 정말 좋겠다, 내가 이때까지 해왔던 대로 나아가면 정말 좋겠다.’ 그렇게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이랄까요? 2016년 계획이 있다면?


- 원래 여행을 다니다가 5월 즈음에 한국에 와서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그게 틀어졌어요. 그래서 일단 2016년 안에 책을 내려고 하고요. 그냥 지금처럼 여행하고 글 쓰고, 그런 삶을 사는 게 전부일 것 같아요.


1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삶을 살고 싶으세요?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서 갈 건가요?


- 지금의 패턴으로 살지만 그 때는 외국에 집이 있겠죠.(웃음) 여기에도 집이 있고 외국에도 집이 있고, 그래서 조금 더 자유롭게 다른 나라를 오가고 싶어요. 최종적으론 미국에 가고 싶어요. 거기서 살고 싶어요.


미국을 가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애인이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같이 가서 공부도 하고 싶고, 그곳에서 대학교도 다니고 싶어요. 아 물론 프랑스에서도 살고 싶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내면서 어학원도 다니고 프랑스어 공부도 하고 싶어요. 미국에서는 미술이나 미술사 같은 관심 있는 분야에 공부를 하고 싶네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유지혜 작가]


마지막 질문입니다.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꼭 조언할 수 있는 한 마디가 있다면?


- ‘말로만 하지 말고 떠나라.’ 말로만 하는 건 정말 지겨운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떠나지 않기 때문에 삶의 질이 자꾸 낮아지는 것 같아요. 작은 것부터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유럽 여행을 2달 동안 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보다는 ‘이번 주 주말에 천안에 한 번 가보겠다.’ 그렇게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요. ‘기회가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가라.’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네요.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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