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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002 K팝스타5 김사라를 만나다

최종 수정일: 2021년 2월 17일




#.


꽤 시간이 흘렀지만, 필자는 K팝 스타 시즌 5(K-POP STAR SEASON 5)의 참가자 김사라씨의 첫 등장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첫 방송 날, 개성 있는 노래로 극찬을 받았던 서경덕 참가자의 다음 순서였던 그녀는 노래 시작 전부터 눈물을 보였다. 부담감에 눈물을 보이는 참가자들은 이전에도 종종 있어왔기에, 그녀도 그저 그 많은 참가자들 중 한 명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입 밖에 나온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서경덕 군은 그걸 가지고 있어서 축하해주고 싶었다. 부럽거나 초라하지는 않다. 나도 찾을 거니까.’


방송을 귀로 흘려들으며, 캐나다 자취방에 앉아 터진 옷을 꿰매던 필자는 그 한마디에 고개를 들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 안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눈물 가운데 보이는 그 당찬 미소는 필자에게 묘한 인상을 남겼다.


자신만의 것을 찾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아는 것.


필자 역시 늘 가지고 살아가는, 참 어려운 고민거리다. 아마 대한민국 20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고민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한숨을 쉬며 직면하고 있는 이 질문을, 그녀는 당찬 미소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K팝 스타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 그녀는 그 당찬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만난 김사라씨는 여전히 그 당찬 기운을 간직하고 있었다.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여정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여행에서 돌아온 여행자 같았다. 그 어디에도 탈락자의 아쉬움이나 슬픔은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특별해지고 싶어 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정의했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느꼈다. 그녀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다.


#. K팝 스타와의 인연


(본인이 출연하신) 마지막으로 방송이 나갔던 게 한 달 전 즈음(1월 17일)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촬영을 마치시고 그 사이에 어떻게 지내셨나요?


- 방송 촬영이 끝났던 건 연말 즈음이었고요. 방송이 나간 건 그 이후였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학기도 끝났다는 걸 실감했어요. 학교생활이랑 오디션이랑 병행을 하는 바람에 학교가 종강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거의 못 썼었거든요. 촬영이 끝나고 나니까 성적도 나와 있고, 1학기가 끝났다는 게 그 때 좀 실감나더라고요. 그 뒤에 시골에 내려가서 가족들도 보고 했는데, 마지막 촬영분이 아직 방송으로 나가기 전이라 TV에서는 제 모습이 막 나오고 있더라고요. (웃음) ‘결과가 어떻게 되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다른 가족들한테도 말은 못하고 있었어요.


방송에서 하차하고 어떤 마음이셨나요?


- 사실 탈락했다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제가 쉬어야 될 타이밍에 잘 끝나게 된 것 같아요. 몸이 버티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긴장이 풀려서인지 쌓인 피로 때문인지 다 끝나고 나니까 그 때 딱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오디션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약간 있으시긴 있으셨을 것 같아요.


- 물론 아쉬운 건 있었죠. 일단 너무 좋은 기회였으니까요. 그 기회를 이제 멈춰야 된다는 점에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팀 미션 때 떨어졌잖아요. 팀원들이랑 같이 무대를 준비하다가 떨어져서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아쉬움도 좀 컸던 것 같아요. 만약 혼자 무대를 하다가 떨어졌으면 좀 달랐을 거예요.


처음에 K팝 스타를 참가하신 이유가 뭐였나요?


- 저는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친구들이 ‘이번에 K팝 스타 한다더라. 나가자.’하면서 갑자기 여러 명이 나가는 거예요. 보통 한두 명 나가는데 이번에는 되게 많이 나가더라고요. 그럴 때 나가야 부담이 없잖아요. (웃음) 혼자 나가려고 하면 뭔가 고민이 많아지니까.


방송으로 처음 나오셨을 때 출연 중 눈물로 큰 화제를 일으키셨었어요.


- (웃음) 근데 그게 그렇게 화제가 되었었나요? 저는 잘 몰랐어서요.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시기도 하셨고, 일단 저에겐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웃음) 사실 많이 궁금했어요. 왜 눈물을 보이신 건가요?


- 사실 정확하게 왜 눈물이 났었는지 말로 설명을 못하겠어요. 마음이 되게 벅찼던 것 같아요 그 때는 제가 그 친구(서경덕 참가자)의 인생을 잘 몰랐지만, 무대서 노래를 부르고 심사위원 분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친구가 얼마나 노래를 하고 싶었는지가 느껴지고... 어린 마음으로 오디션에 도전하는 그 모습이 뭔가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마음이 벅찼던 것 같아요.


방송에서 자막에 나왔던 것처럼 ‘아 저 친구는 가지고 있구나.’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뭔가 동료 같은 느낌?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을 경쟁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누구랑 싸우려고 가는 게 아니거든요. 이 친구도 자기 음악을 하려고 오는 거고 저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나온 거잖아요.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서 있는 사람 같이 느껴졌어요. ‘아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들이 나만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 우리 모두가 하는 고민들이구나. 내가 잘 하고 있구나.’ 라는 그런 생각이 났던 것 같아요.


어떤 의미로는 안도감인건가요?


- 그런 것도 있고...그냥 그 때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심사위원 분들이 ‘왜 울었느냐.’라고 여쭈어보았잖아요. 그 때 ‘자신만의 것을 찾고 싶다. 자신도 언젠간 찾을 것이다.’라는 이야기하셨을 때 저도 감정 이입을 많이 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 20대들이 다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뭔가 절박한 마음은 있고 무언가를 해야겠는데 잘 찾아지지는 않고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는 모르겠고...그런 부분들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조금 더 화제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해요.


- 그 친구(서경덕 참가자)만의 무언가가 있었던 것처럼 저도 분명 저만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해야 하고, 제가 할 수 있고, 세상이 나를 어떻게 필요로 하는지는 분명히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저는 그걸 찾는 시간표가 각자 다 다른 것 같아요. 그런 것들 때문에 제가 방송에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럼 K 팝 스타를 하시면서 찾으신 것 같으세요?


- 음...뭐 다 찾았다고 말씀을 드릴 수 없지만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K 팝스타를 통해서 예전보다 더 선명해진 느낌이에요.


조금은 더 선명해진 그것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라도 들어보고 싶어요. 본인에게 있어 자신만의 무언가는 어떤 것인가요?


- ‘어떻게 해야겠다!’ 라는 게 사실 계속 물음표이긴 한데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발견했던 것 같아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깊어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내가 어떤 음악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거든요. 그때마다 ‘사람 살리는 음악이 뭘까?’라는 고민을 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서 ‘사람을 살린다.’ 라는 말은 조금 건방지지만 (웃음) 거기에 대한 질문들의 답들을 찾아가는 길에 있는 것 같아요. 오디션에 나가서도 그런 걸 많이 고민했고요.


사람을 살리는 음악’이라...조금 더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그 의미가 참 궁금하네요.


- 제가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까 음악을 공부하게 되었고, 공부를 하다 보니 ‘아 음악이 어떻게 시작되었지?’라는 질문이 저에겐 큰 궁금증이었어요. 그래서 많이 생각해보고 나름대로 재해석도 해보고...그러다 보니 음악에 슬픔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대한민국 발라드의 뿌리, 음악의 뿌리가 그 한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슴 속에 응어리진 그 슬픔이 표현되지 않아서 한으로 터져 나오는 거라고요.


팝이나 흑인 음악의 뿌리도 그 흑인들이 노예였을 때의 억압을 표출해 낸, 어떤 노예의 고통을 담은 것이잖아요. 근데 저는 그런 게 너무 슬펐어요. 슬픔을 슬픔으로 듣는다는 것이요. 그래서 저는 ‘슬픈 것을 어떻게 희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면서 그런 걸 조금 더 깊게 생각했던 건가요.


- 전에는 흐릿했던 생각을 조금 더 확실하게 봤던 것 같아요. 원래 저는 항상 ‘아 나는 발라드를 되게 못하는구나.’ ‘왜 난 가요를 부르는 데 슬프지 않지?’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나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나는 발라드를 할 수 없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가 ‘나는 왜 그 슬픔의 이유가 있는지 노래하자. 그 슬픔에는 이유가 있고 거기에는 답이 분명히 있는데, 그 답을, 그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그런 걸 더 많이 느꼈어요.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음악인 김사라


오디션 프로그램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방송의 초점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최후의 1인을 향한다. 카메라들은 늘 떨어진 자 대신 남는 자를 응시한다. K팝 스타 시즌5도 예외는 아니다. 매순간 방송이 탈락자에게 할애하는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사람 역시 결국은 남은 자들이다. 탈락자에 대한 아쉬움과 여운은 남은 자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무대에 밀려 어느새 우리 마음속에 사라진다.


그렇지만, 그들의 오디션 여정이 마무리된다고 해서, 그들의 삶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삶은 계속된다. 오디션 무대라는 틀 안에서 그들의 탈락은 패배지만, 참가자들 자신의 삶 속에서 그 무대는 그저 하나의 여정이다. 탈락이란 다음 장을 써내려가기 위한 배움의 시간이다. 김사라씨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탈락에 아파하고 좌절하는 대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떠올렸다. 경기장 속 경험을 마음에 담은 채 그것으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첫 방송 이후에 잠시 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었지만 지금은 그 관심이 많이 사그라든 상황이에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아. 이런 거구나.’ 딱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사실 저 역시 저를 모르는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아보는 게 처음이었지만 그게 엄청 이슈가 되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당시에 제가 SNS를 하지도 않아서 실감도 못했고요. 첫 회 때의 제 모습을 보고 ‘저 친구의 저런 부분이 공감이 많이 된다.’라고 써주신 글들을 인터넷으로 보게 되었을 때에야 조금 실감했던 것 같아요. 저의 그런 모습을 공감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거기서 참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뭔가, 김사라라는 스타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평범한 김사라가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그런 걸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많이 감동받았고, 너무 감사했어요. ‘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걸 보답해드릴 수 있는 게 당장은 없잖아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다더라고요. 그래서 보답해드리기 위해서라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앨범을 내고 회사를 들어가고...이런 걸 되게 먼 이야기로 생각했었는데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직접 발로 뛰고 실제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회 차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참가자들처럼 계속 극찬을 받은 건 아니었잖아요.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노래가 상투적이다.’라는 지적을 받으시기도 했어요. 다른 참가자들이랑 비교해서 그런 부분들 때문에 낙심이 되거나 아쉽거나 했던 적은 없었나요?


- 낙심되었었죠. 처음에는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게 다 틀린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그런 것들을 인정할 수 있었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심사위원 분들의 평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었잖아요. ‘이게 그냥 내 스타일이야.’라고요. 제가 고집을 부리면서 피할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것들이 다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늘 외면해왔던 것일 뿐, 저도 항상 생각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억울하지도 않았고, ‘아 이번에 고칠 기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다.’보다 ‘여기서 뭘 더 배워야겠다.’라는 느낌이 많이 드네요.


- 네 정말 그랬어요. 저희가 매 회 무대를 준비하는 게, 약간 숙제 검사하는 느낌이었어요. 준비한 걸 보여드리면 ‘이 숙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이런 느낌에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사실, 그래서 노래가 느는 것보다도 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에 대한 부분에서 더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그래도 솔직한 마음으로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그런 목표가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 (웃음) 그냥 한 단계 한 단계 준비하느라 바빴어요. 그래서 ‘꼭 어디까지 가야지!’ 보다 ‘우리 다 열심히 해서 이번에 꼭 같이 올라가자.’ 약간 이런 느낌이었어요. ‘탑 10에 죽어도 가야겠다.’ 이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웃음)


생각해보니 사라씨가 꾸민 대부분의 무대가 팀 미션이었네요. 팀 미션 때 팀 분들이랑 되게 친하게 지내셨던 것 같아요.


- 사실 저희가 방송이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촬영은 되게 많이 했어요. 근데 저희가 장면들을 다 비방용으로 (웃음) 저희가 비속어를 쓴 건 아니었는데 다들 너무...발랄했어요. (웃음) 못 쓰는 방송이 되었더라고요.


‘자신만의 무언가’에 대한 것과 별개로 본인이 k 팝 스타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음… 자신감? 오디션에 나올 즈음에 제가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어요. 1년 전까지만 해도 겁 없이 무대에서 뛰어다녔어요. 속된말로 두려운 게 없었죠. (웃음) 그러다가 중간에 휴학을 하고 학교에 복학했는데 제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너무 어색한 거예요. 심지어 제 곡인데요. 가스펠 느낌의 곡이어서 애드립도 하고 무대 분위기도 끌어올리고 했어야 하는데, 제 스스로가 너무 어색한 거예요. 되게 긴장되고, 스스로 못하는 것 같고요. 동기들이 제 공연 리허설을 보면서 ‘사라야 너 아닌 것 같아.’이러더라고요. (웃음) 말 그대로 무대가 어색해진 거죠. 그래서 스스로 제 무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부족하게 느껴지고.. 근데 오디션을 하면서 제 부족한 무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저를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대중 분들도 응원해주시는 걸 보면서 ‘내 장점이 분명히 있으니까 그걸 찾자.’라고 다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신감을 좀 찾게 된 것 같아요.


어찌되었든 결국 K 팝 스타의 여정은 마무리가 되었어요. 그곳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건,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 음...일단 아쉬웠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떨어질 것 같았어요. 당시에 제 목상태가 워낙 안 좋았어요. 아마 마지막 무대 때가 가장 안 좋았던 것 같아요. 무대 서기 전에 걱정이 많았어요. ‘혹시 팀에 피해가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결국 제가 탈락했을 때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 아쉬운 게 분명 있었지만 고마운 마음이 더 컸어요. 그리고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저의 앞길은 훨씬 길잖아요. 그냥 ‘아 이 프로그램에서 난 여기까지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앞으로 해야 할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여기서 느낀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제 음악에 담는 게 숙제라고 생각했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이라는 생각했어요.


마음이 참 튼튼한 사람이시네요.


- (웃음) 아니에요. 전 진짜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K팝 스타를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어떻게 말해주고 싶으세요?


- 저는 나가라고 할 것 같아요.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제가 20살, 19살 때가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했을 때였거든요. 그 때는 ‘내가 여기서 어정쩡하려면 나가지 말자. 좀 더 준비해서 나가자.’ 라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어느 날 제 친구가 ‘너는 왜 오디션 프로 안 나가?’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어정쩡한 것보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 친구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그럼 평생 연습해보라고, 네가 만족을 할 것 같으냐고, 지금 있는 기회이지 않느냐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자존심이었던 것 같아요. 내 자존감이 거기서 무너질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요.


누군가는 ‘나는 스타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나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국 대중음악은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고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매체중 하나인 방송매체는 분명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 모여서 콜라보를 하거나 함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너무 재미있어 보였어요. 저는 그런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부분들이 도움이 많이 되기도 했고요.





김사라는 본명이신가요? 많이 쓰는 느낌의 이름은 아니라서요. 어떻게 짓게 되신 이름인가요?


- 네 본명이에요. 사라는 성경 속 인물인 아브라함의 아내의 이름이에요. ‘열국의 어미’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고 부모님과 목사님께서 지어주셨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김사라’는 어떤 사람인가요?


- 저는 되게 평범한? 특별하고 싶어 했던 사람인데 알고 보니 정말 평범한 사람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가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특별한 사람으로 태어난 건 저 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그 특별함 때문에 나를 높이고 싶지 않아졌어요. 나는 정말 특별할 것이 없는 사람이지만 나를 특별하게 하는 건 내 스스로가 아니라 다른 힘이 있다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처럼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그 특별한 힘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제 처음으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셨어요?


- 고등학교 1학년 때요. 그 때 누군가에게 노래를 처음 배워봤어요. 그 전까지는 노래를 안 해봤었어요. 굉장히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죠. 그 때 제가 아는 지인 분이 실용음악 학원을 내셨었어요. 저희 집에서 멀지도 않고 학교에서 가까워서 한번 놀러갔었는데요. 거기서 사람들이 작은 방에 앉아서 노래 연습, 피아노 연습하는 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저는 집에서 노래 틀어놓고 큰소리로 따라 부르고, 잘 부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교회에서 성가대하는 게 전부였던 제게 성악도 아니고 가요를 배운다는 게 너무 신선한 일이었죠. 그래서 노래가 배우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노래가 배우고 싶어졌어요. 선생님이 ‘노래 한번 불러볼래? 들어봐 줄게’ 라고 하셔서 그냥 한번 불렀죠. 그리고 그 분이 제 첫 선생님이 되셨어요. (웃음) 사실 그 때까지는 그냥 노래를 잘하고 싶었던 거지 뮤지션이 되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음악을 계속 배우고, 대학도 실용음악 쪽으로 가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대학을 간다는 건 나름 큰 결정이잖아요. 어떤 마음의 계기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되게 좋았어요. 잘하는 것처럼 느껴졌나 봐요 제가. (웃음) 저희 학원이 막 큰 학원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친구들도 다 가족 같았어요. 그 때 친구들이랑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노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노래도 같이 불러보고, 노래 잘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 막 몸이 근질근질하고요.


사실 ‘내가 왜 실용음악과를 가야할까’라는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좋은 학교를 가야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그랬더니 좋은 학교에는 좋은 시스템이 있고 좋은 교육이 있고 좋은 교육자가 있고 그 사람들이랑 같이 있었을 때 제가 조금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학교에 입학하고, 한 달 만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진짜 학교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요. 만약에 제가 학교를 오지 않고 독학을 하고 했다면 기초를 정말 어렵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배워갔을 것 같아요. 근데 대학에 가서 그 기초들을 차근차근 배워나가니까 되게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부모님의 반대는 없으셨나요?


- 반대보다는 우려를 좀 많이 하셨어요. 왜냐하면 부모님이 도와주실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거든요. 본인들께서는 도움을 주고 싶어 하셨는데 어머니 아버지에게는 실용음악이라는 게 너무 생소하신 거예요. 그래서 우려를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그냥 믿어달라고 많이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지금 예대의 생활은 본인의 음악 인생에서 어떤 시간들이었나요?


- 정리가 되는 시간들이었어요. 제가 중간에 휴학을 해서 지금까지 총 4학기를 다녔어요. 그 네 학기 동안 배운 게 늘 달랐어요. 배우면 배울수록 조금 더 깊어지고 조금 더 선명해지고,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예비 음악인, 또는 음악인 지망생들이 음악을 위해 대학을 가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요. 예대를 다니는 한 학생의 입장에서, 선배 음악인으로써 이에 대해 어떤 대답을 가지고 계신가요?


- 그런 질문들을 저한테 물어볼 때면 ‘안가는 거야 못 가는 거야?’라고 일단 질문을 해요. 그렇게 질문을 던졌을 때 ‘저는 안가도 상관은 없는데.’라는 말을 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물론 예대에 안 가고 음악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전혀 다른 전공을 하는 것도 저는 좋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실용음악과를 간다고 해도 무조건 음악을 계속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근데 조금 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어떻게 보자면 20대 초반에 내가 가질 수 있었던 하나의 기회인데, 그 기회를 놓치면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물론, 실용음악과를 간다고 그게 음악의 기준이 되는 건 아니에요. 학교에 들어가는 그 기준이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기준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건 그 안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말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뭔가요? 본인이 추구하시는 음악일 수도 있고, 자신이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일 수도 있어요.


- 와...어렵다. (웃음) 좋은 음악...제가 20년 뒤에 다시 인터뷰를 해도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웃음) 그냥 지금 제가 좋다고 믿는, 생각하는 음악은 노래를 부르고 연주할 때 그 안에 의미가 보이는 게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멜로디가 좋고, 곡이 좋고, 가사가 좋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이 만든 사람이 어떤 걸 전달하고 싶었는지 곡에서 보일 때, 그럴 때 그 음악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좋은 작품 가운데에서도 제 마음이 조금 더 가는 음악은, 그게 상처가 되지 않는 음악인 것 같아요. 어떤 음악들은 듣고 부를 때 제 상처가 보여요.. ‘내가 아프다. 나는 아팠어.’라고 상처를 이야기하는 노래들이 있는데, 그 상처가 상처로 끝나지 않는 음악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그 상처가 나의 발판이었다.’라고 이어지는 노래가 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음악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K팝 스타도 끝났고, 새해이고, 새 학기 시작이 다가오고 있어요. 2016년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고 싶어요.


- 우선 제 성대를 회복하는 데에 주력하고 싶어요. 지금 성대에, 폴립이라고 해서 혹이 하나 생겼거든요. 제가 혹이 있는 상태로 처음부터 오디션을 계속 하다보니까 좀 상황이 안 좋아져서요. 지금 재활 중에 있어요. 그래서 당장 좋은 결과물들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상황이 좀 이렇다보니, 욕심을 안 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3월 상반기 초반까지는 컨디션 회복을 중점적으로 하면서 학생으로서 남은 마지막 졸업학년을 다니게 될 것 같아요. 남은 2학기 동안 미래를 놓고 제가 배워야 할 것들을 올바르게 배웠으면 좋겠어요.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적인 부분도 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만들었던 곡들이나 새로 쓸 곡들을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제가 하고 있는 음악을 어떻게 유지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생각해서 컨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매개체들을 찾아가게 될 것 같아요. 음원을 발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서 고려해보려고요.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지 찾는 중이에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가 하는 일 가운데 제 욕심 때문에 '감사'가 희미해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하실 건가요?


- 네.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중간에 다른 걸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걸 멈추고 다른 걸 하게 될 것 같지는 않아요. 결국 다시 음악으로 돌아올 거 같네요.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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